<부러진 화살> 책과 영화







_ 작금의 사태: BBK, 정봉주 구속, <도가니> 개봉과 관련법 제정, 나쁜놈의 판사들 여론, 대선, 총선.
_ 영화: 실화에 바탕, 거의 모두 사실, 안성기, 문성근, 노 개런티.
_ 시기: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모이는 구정.


  <부러진 화살>은 알다시피, 2007년 한 교수가 자신의 재판을 맡은 부장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해서 4년형을 받은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위와 같은 사실들만 보아도 현재 이 영화가 갖는 특이한 위치를 알 수 있다.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대선이 있는 해인데다가, 요즘의 정치판은 엄한 사람이 구속되는 등 정말 분위기가 안 좋고, '정치'와 '사법부'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로는 이미 <도가니>가 불판을 깔아주었다. 그리고 국민배우답게 안성기는 노개런티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출연료를 받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사실 확인 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혹은 너무나 당연히, <부러진 화살>의 상영관은 그리 많지 않다. 이쯤되어 나는 이런 망상을 해 보았다. "사법부가 영화 상영도 방해하나?"

  구정 당일 오후에 가족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처럼 연휴를 맞아 친척,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을 꽤나 볼 수 있었다. 노쓰페이쓰를 입은 고등학생부터 (정말로!)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까지 모두 함께. 한 아저씨는 할아버지를 부축해 나오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래요. 아버지도 저 교수가 징역형을 받아야 했다고 생각하세요?"

  이제, 영화의 위치는 그저 영화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좀 더 다른 영역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영화의 형식, 안성기와 문성근의 뛰어난 연기(문성근은 정말 욕을 많이 먹더라...), 현실감을 불러일으켜주는 소소한 장치들은 그러한 이동을 좀 더 쉽게 해 준다. 이것이 바로 감독이 노린 지점이 아닐까? 영화의 힘이라면 힘이랄 수 있는, 현실의 문제점과 부조리에 대한 환기 말이다.

  사실 영화는 모범생이 푼 답안 같았다. 복선과 장치들은 매우 훌륭했고, 정통적이었다. 심지어 부당한 권력이 감옥이라는 시설을 통해 주인공에게 행하는 폭력의 종류까지도 말이다. 예상가능했고, 그것이 들어맞아서 즐거웠다. 배우들의 연기도, 심지어 정말 몇 신 나오지 않은 주인공의 아들의 연기까지도 모범적이었다. 영화는 계속 성실하고 충직하게 이야기를 좇아다녔고, 아마 그러한 성실함이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움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부러진 화살>은 그래도 다큐가 아닌 영화에 머무르고 싶었나 보다. 영화는 자신의 원동력의 한 모습이기도 한 주인공의 성실함을 활용하여 마지막 부분을 유머러스하게 만들었다. 사실 주인공의 성실함은 영화의 초반부터 내내 작은 재미와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것은 웃음을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극단의 복종이 어느 순간 자신의 법을 무너뜨리는 그러한 법의 균열의 순간, 모순의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그 때에 웃음은 법에 대한 일종의 조소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성실함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갑자기 유쾌한 코미디가 되어 버린다. 아마도 부조리를 이기는 것은 이러한 꾸준한 정의 추구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주 모범적인 방법이었고, 그래서 조금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먹혔을 것이다.

  완성도가 훌륭한 영화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지점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그런 무언가를 이런 영화에 기대해서는 안 되겠지.
  어쨌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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