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지난 수요일에는 LIG 아트홀에서 하는 Round Round 라는 공연에 다녀왔다. 난 순전히 서울전자음악단, 같이 간 정균이는 순전히 이디오테잎 때문. 오랜만의 공연이라 가는 길은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로 득시글거리는 강남역을 헤치고 나와 꽤 맛있는 일본카레를 먹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이런 회사거리 한복판에 락공연장이 있다니-?! 놀라면서 찾아간 LIG아트홀은 그러나 락공연장이 아니었다. 우리가 좀 늦기는 했지만 입구에 한 명도 없어서 걱정되었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마치 무용이나 클래식 공연장처럼 앉는 시트들이 있어서 뜨악했다. 이런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헤비한 기타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ㅁ; 불안감은 역시나 들어맞았다.
오프닝은 텔레플라이. 어깨에 힘 팍 준, 그렇지만 허세보다는 긴장감이 1% 더 보이는 그런 신인 인디밴드였다. 기타가 보컬도 하고, 베이스와 드럼이 있는 3인조. 악기가 몇 개 없는 구성으로 풍부한 소리를 내는 것이, 그리고 베이스 라인이 좋았다. 그렇지만 기타가 노래를 하다보니 그 좋은 연주솜씨를 뽐내지 못 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게다가 보컬 마이크가 노래용이 아니라 대화용으로 맞춰진 것 같아서 에코고 없고 계속 악기소리들과 따로 놀고 거슬렸다.
첫번째 무대는 서울전자음악단! 개인적으로 신윤철을 좋아하고 >_< 그의 기타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전음이라는 밴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어서 뭐랄까, 조금은 심드렁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았다. 그렇지만 노장(?)은 역시 노장! 세련된 연주와 잘 맞아떨어지는 악기들의 호흡이 마치 자개가 반짝거리는 조금 낡은 보석함을 보는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렇게 헤비하고 흥겨운 노래를 하는데도 모든 사람들이 앉아서 들었다는 것, 그리고 역시 보컬 마이크가 너무 이상해서 안 그래도 잘 부르는 것은 아닌 노래소리가 더 이상하게 들렸다는 것이다. 마지막 곡을 할 때에는 정말 일어나서 놀고 싶었는데, 관객도 밴드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하더라. 아쉬웠다.
이 아쉬움은 두번째이자 마지막 무대인 이디오테잎으로 날려버렸다. "계속 앉아계실건가요?"라는 구루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알고 보니 이번 공연에 온 사람들은 거의 다 이디오테잎의 팬인 것 같더라. 나오기 전부터 꺄악꺄악, 나오자 꺄악꺄악, 한 마디에 일동 기립. 서전음이 조금 더 쇼맨쉽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난 세련되고 관객을 잘 파악하고 있는 허세보다는 조금 더 남을 신경쓰지 않는 불쌍한(?) 자기중심적 허세에 좀 더 연민이 느껴진다 ;ㅁ;) 그렇지만 그것도 밴드의 능력이라면 능력. 그런 점에서 이디오테잎은 정말 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었다. 우선 보컬이 없으니 이상한 마이크에 신경 쓸 일도 없고, 중량감있고 힘 있는 드럼 베이스는 좋더라. 게다가 이디오테잎의 음악이 정말 요즘의 잇-트랜드를 잘 따라가고 있으니 세련된 홍대 아티스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 테지. 이번 공연에서도 강남역보다는 합정, 상수, 이태원이 어울리는 그런 사람들이 반 정도 차지하고 있어서 보기에 참 재미있었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점은, 락공연장이 아닌 만큼 관객도 밴드도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 했다는 점이다. 이디오테잎은 클럽에서 디제잉을 들어야 더 재밌을 것 같다. 그런 날을 기다려야 겠다.
그래서, 이디오테잎의 스페이스 공감 장면. 내가 맨 처음 접했던 노래인 Evenf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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