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학교 일상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는 말하자면 '안 좋은' 학교이다. 랭킹도 낮고, 무엇보다 학교 자체에 인문학 박사 과정이 없어서 그런 쪽 인프라가 없다. 심지어 철학과나 영문과처럼 전통적인 학과는 대학원 과정 자체가 없다. 그래서인지 랭킹이 낮아도 '연구중심'인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속상하다. 나도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싶고, 더 진지한 연구자들을 만나고 싶다. 나도 철학이나 비교문학이나 사회학 같은 다른 인문사회학 전공자들을 만나고 강의를 듣고 싶다. 나도 펀딩 걱정 없이 공부하고 싶고, 그래서 좋은 논문을 쓰고 싶다. 한국 석사과정 때에도 같이 머리 맞대어 공부할 사람들이 없다고, 외롭다고 느꼈었는데, 이곳은 정말 말 그대로 '불모지'이다. 미국인 아이들도 말 그대로 '모두' 학교를 떠난다. 공부하려고 하는 친구가 없다. 
인생은 항상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은 것들을 내어 준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글쎄, 그냥 제일 우선은 외로움인 것 같다. 철저하게 혼자 공부하고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내야 한다는 것. 공부하는 사람 그 누가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겠냐만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은, 학문적 동료, 그래서 친구가 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 고난의 길을 잠시나마 함께 걸어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 외롭다. 

왜 갑자기 이런 글을 쓰냐 하면...

존경하는 선생님의 개인 블로그에 가끔 들어가보는데 "비교는 무의미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국내 박사, 그것도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연구를 하신 선생님이신데, 다행히 취업이 잘 풀리셨지만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으셨을 거다. 그런 선생님께서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지 말자는 글을 쓰셨다.


"그러니 나는 어디에 있냐고 묻지 말자.
그 곳이 고급지든 아니든
물고 뜯는 전장인 건 마찬가지이다.
먹을 것이 더 많은 곳은 더 교활하다. 

자비를 구하지 말고
스스로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를 소망할 뿐이다."


이 글을 보니 왜 이리 부끄러우면서도, 왜 이리 눈물이 날까. 
나의 바깥이 아닌 내 안에서 자비를 구하는, 그런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전에, 왜 이렇게 아픈 것이 많고 속상한 것이 많을까.
그것들을 다 덮어두고 웃으려면 또 얼마나 많은 힘이 들까.
유학 올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울지 말자며 이를 악 물고 왔는데, 그 오기와 다짐은 어디로 갔나.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야 하는 밤이다.







덧글

  • 이끼 2015/04/09 21:44 # 답글

    비밀 답글 쓰신 분께- 이곳은 제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다른 글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곳입니다. '안 좋은 학교도 네 선택인데 왜 징징대나? 안 알아보고 갔냐?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은 이런 글 쓸 시간이 없다'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도덕적으로 잘못된 글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선택과 인생에는 당신이 모르는 우여곡절이 있고, 무엇보다도 제가 저의 개인적인 생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에 대해 익명을 가진 타인인 당신에게서 그런 비아냥을 들을 이유도 없구요. 덧글 쓰신 분은 얼마나 자기 선택에 불평하지 않으시는지 모르겠네요. 모두들 자기 선택으로 어떤 진로를 결정하지만 불평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제가 보기엔 당신이 제가 외국에 있는 것이 부러워서 괜히 딴지거는 것으로 들리네요 ^^ 제가 그 정도로 복받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비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곳은 제가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하는 공간인데 당신께서 남긴 덧글이 저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에, 그 덧글은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시간 내어 제 블로그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의견과 맞지 않는 내용의 글이 있으면 읽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정도로 당신에게 의미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 2015/04/28 06: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5/01 11: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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