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브루스 리> 천명관 책과 영화







정유정 소설을 빌리러 갔다가 이름을 많이 들어 본 이 소설을 빌렸다. 잊고 있었지만 천명관의 단편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지난번에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가 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그렇게 인상깊지 않았나?) 

천명관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슬프고 씁쓸하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유쾌한 농담이 흐르고 있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희비극이 동시에 존재하니 말이다.

소설의 화자는 너무나도 평범한 한국 남자이다.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히 좋은 대학에 가고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 적당한 서울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1970년대생 남자. 그런 그에게는 이소룡의 모든 것을 닮고 싶어하는 나이 어린 삼촌이 있다. 말이 삼촌이지, 사실 형제처럼 함께 자랐다. 하지만 이 애매모호한 '삼촌'의 개인사는 화자와는 달리 삼촌을 격동의 인생으로 이끌었다. 

어찌보면 그러한 굴곡많은 인생을 살게 된 것은 삼촌의 개인사때문만은 아니다. 선택의 순간들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우직한 천성과 더불어 '이소룡'이라는 신념이었다. 이소룡이 남긴 말, 행동, 신념을 자기 인생의 주축으로 삼은, 신념 있는 삼촌의 인생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뚝심 같은 신념인 것이다. 소설의 화자는 몇 십년 동안 그것을 묵묵히 지켜본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삼촌의 인생은 참으로 안타까워 보였다. 하지만 어떤 짧은 순간 순간, 화자는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사실 굳은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펑펑 울고 말았다.
결국 인생은 불행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난 다음에야, 행복해질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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