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의 힘 일상



 해외에 나와 살기 시작한 이후로 한 인간의 많은 것을 그 사람이 태어난 곳이나 살아온 환경, 사회 구조가 결정한다는 구조주의적 시각이 점점 더 굳혀지고 있다. 이건 순전히 내 경험에 의한 것이니,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많은 부분을 내가 살아낸 구조가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지. 나의 좁디 좁은 세계. 당신의 좁디 좁은 세계. 너무나도 다양하고 수많은 세계들이 살고 있는 이 곳에서 그나마 다툼없이 인간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건, '외국인 대학원생'이라는 공통점 하나 때문일텐데, 그 공통점이 또 많은 사람들을 넓게 묶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데, 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한 흑인 여자와 남자가 버스에 올라탔다.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그 남자 뒤를 따르던 여자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더니 약간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싱긋 지어보였다. 그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은 비아프리카 출신의 황인종인 내가 봐도 이해할 정도로 단순하고 '보편'적인 것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과연 내가 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간 무언의 많은 의사소통들을 얼마나 캐치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찌보면 나는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니까) 강아지의 표정만큼도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저 사람들의 표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내가 이렇게나 구조적인 인간이었나.

 이곳에서 만난 한 친구는 자기는 사회, 즉 구조 간의 차이보다는 개인 간의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을 믿는다고 했다. 그 말도 한편으로는맞는 말이겠지만,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서 더 많은 구조에 의한 차이들을 본다. 어쩌면 내가 구조 위의 수많은 좌표들 중에서도 가장 그것에 속한 수가 적은 좌표 위에 놓여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결론은, 조금 외롭다는 것. 외국에서의 지난 시간들보다는 훨씬 낫지만, 점점 갈수록 어려지는 아이들, 다른 아이들과의 사이에서 나는 조금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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